
아이 공부를 챙기다 보면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까지 내가 공부하라고 말해야 할까?”
문제집을 사줘도 풀지 않고, 학습지를 밀리지 않게 하려면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기주도학습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자격증 책을 사고, 운동 계획을 세우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행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보완하는 능력.
결국 이것은 학생의 공부 습관을 넘어 평생 필요한 능력에 가깝다.
자기주도학습은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하면 흔히 아이가 알아서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푸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옆에 있느냐가 아니라 학습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다.
예를 들어 학원에 다니더라도
“내가 수학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이번 주에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문제를 왜 틀렸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를 스스로 생각한다면 자기주도적인 학습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혼자 방에서 공부하더라도 부모가 정해준 시간에, 부모가 정해준 문제집을, 이유도 모른 채 정해진 양만 푼다면 완전한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OECD도 지속적인 학습에 필요한 요소로 학습전략, 학습 동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함께 강조한다. 즉 단순히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자신의 학습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은 5단계다
연령과 상관없이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 왜 공부하는지 안다
첫 번째는 목표다.
“수학 공부해.”
보다
“이번 시험에서 방정식 부분의 실수를 줄여보자.”
가 훨씬 구체적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보다는
“6개월 뒤 해외여행에서 기본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겠다.”
처럼 목적이 있어야 한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할수록 행동으로 연결되기 쉽다.
2. 목표를 작게 나눈다
자기주도학습이 잘 안 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계획을 너무 크게 세우기 때문이다.
‘수학 잘하기’는 계획이 아니다.
오늘 문제집 4쪽 풀기
영단어 15개 외우기
강의 20분 듣기
처럼 바로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어야 한다.
어른 역시 처음부터
“매일 두 시간 공부하겠다.”
고 정하기보다,
매일 저녁 20분
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3. 실제로 해본다
계획만 잘 세우는 것도 자기주도학습은 아니다.
결국 실행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은 양보다 반복이다.
하루에 세 시간 공부하고 며칠 쉬는 것보다 매일 20~30분이라도 지속하는 편이 학습 습관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처음에는 의지보다 환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저녁식사 후 20분,
학교에서 돌아온 뒤 30분,
출근 전 20분처럼
공부를 기존 생활패턴에 붙여버리는 것이다.
4.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한다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공부를 했다는 것과 실제로 알고 있다는 것은 다르다.
책을 읽고
“다 이해했어.”
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를 풀어보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습 중간중간
“내가 정말 알고 있는가?”
를 확인해야 한다.
OECD가 설명하는 자기조절학습에서도 학습자가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이해도와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필요하면 학습방법을 바꾸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문제를 풀어보거나,
배운 내용을 자신의 말로 설명하거나,
책을 덮고 기억나는 내용을 적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5. 결과를 보고 공부 방법을 바꾼다
마지막 단계는 복습보다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점검이다.
“이번 주에 계획한 것을 얼마나 했지?”
“왜 수요일에는 공부를 못 했지?”
“계속 틀리는 부분은 무엇이지?”
“다음 주에는 어떻게 바꿀까?”
를 생각하는 것이다.
계획 → 실행 → 점검 → 수정
이 과정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비로소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만들어진다.
메타인지와 자기조절학습을 다룬 EEF의 연구 검토에서도 자신의 학습을 계획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는 능력을 명시적으로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아이와 어른의 자기주도학습은 조금 다르다
기본 원리는 같지만 방법까지 같을 필요는 없다.
① 초등학생 — 부모가 ‘틀’을 만들어주는 시기
초등학생에게 처음부터
“네 공부니까 네가 알아서 해.”
라고 하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이라기보다 방치가 될 수도 있다.
아직 시간관리나 장기적인 목표설정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부모가 어느 정도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부할 시간은 부모와 함께 정하고
오늘 할 공부는 아이가 선택하게 한다.
또는
문제집은 부모가 몇 권 골라주고
그중 어느 것을 풀지는 아이가 선택하게 한다.
이런 방식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아이에게 넘기는 것도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어주는 것’
이 중요하다.
그리고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② 중·고등학생 — 부모의 관리에서 자신의 관리로 넘어가는 시기
중학생부터는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학교 시험이 시작되고 과목도 많아진다.
이때까지 부모가
“오늘 수학 했어?”
“문제집 몇 장 풀었어?”
를 계속 확인하면 당장은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공부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는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부모의 질문도 바뀔 필요가 있다.
“오늘 공부했어?”
보다
“이번 주에는 어떤 과목이 부족한 것 같아?”
“시험까지 남은 기간을 어떻게 나눌 생각이야?”
“이번 시험에서 틀린 문제는 왜 틀렸어?”
와 같은 질문이 낫다.
정답을 부모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공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OECD PISA 연구에서도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점검하고 질문하며 새로운 정보와 기존 지식을 연결하는 등의 능력을 평생학습을 위한 중요한 학습전략으로 보고 있다.
③ 성인 — ‘의지’보다 시간과 시스템이 중요하다
어른이 된다고 자기주도학습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직장이 있고, 집안일이 있고, 아이를 돌봐야 하고, 피곤하다.
OECD의 성인학습 자료에서도 성인들이 교육이나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장벽으로 직장이나 가족으로 인한 시간 부족과 비용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래서 어른의 자기주도학습에서는 의지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라고 생각하기보다
공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한다면
매일 영어 한 시간
이라는 계획보다
출근하면서 영어 20분 듣기
처럼 기존 생활에 붙이는 것이다.
자격증을 준비한다면
시간 날 때 공부
보다는
화·목요일 저녁 9시부터 30분
처럼 구체적인 시간을 정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번 주에 실제로 얼마나 공부했는가?”
를 확인한다.
어른에게 필요한 자기주도학습은 거창한 공부계획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학습을 지속시키는 시스템에 가깝다.
결국 연령별로 필요한 것은 조금씩 다르다
구분자기주도학습에서 중요한 것주변의 역할
| 초등학생 | 공부 습관·작은 선택 | 부모가 구조를 만들어준다 |
| 중·고등학생 | 목표·계획·오답·자기점검 | 부모는 관리보다 질문한다 |
| 대학생·성인 | 목적·시간관리·지속성 | 스스로 시스템을 만든다 |
하지만 세 연령대에 공통되는 것도 있다.
목표를 세우고 → 실행하고 → 확인하고 → 방법을 바꾸는 것.
결국 이것이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아이의 자기주도학습을 키우겠다고 하면서 부모가 오히려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학원을 다닐지,
어떤 문제집을 풀지,
몇 시에 공부할지,
하루에 몇 장을 풀지,
틀린 문제를 언제 다시 풀지까지
전부 부모가 정한다.
그 상태에서 아이에게
“왜 스스로 공부하지 않느냐”
고 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스스로 결정해본 경험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중학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라고 모든 관리를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능력이 아니다.
부모가 하던 관리를 아이에게 하나씩 넘겨주는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처음에는 부모가 계획을 세워준다.
다음에는 함께 계획한다.
그다음에는 아이가 계획하고 부모가 확인한다.
마지막에는 아이가 스스로 계획하고 평가한다.
이렇게 조금씩 넘어가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은 결국 평생학습으로 이어진다
아이에게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한 이유를 단순히 학교 성적 때문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상은 계속 변한다.
학교를 졸업했다고 공부가 끝나는 시대도 아니다.
직장인은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다시 공부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자격이나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
OECD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성인이 근로생활 동안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만이 아니라
‘필요하면 스스로 다시 배울 수 있는 사람’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어른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능력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주도학습의 결론
자기주도학습은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알아서 공부해.”
라고 말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작은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방법을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이 과정을 조금씩 경험하도록 도와줘야 하고,
어른은 자신의 생활 속에 이 과정이 반복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다음 질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느 정도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도 학습지를 계속해야 할까?”
학습지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 관리다.
그 관리가 없어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면 문제집 한 권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기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간 관리 전략 (4) | 2024.09.20 |
|---|---|
| 습관 형성의 힘과 방법 (3) | 2024.09.20 |
| [필독] 인생에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한 [십계명] (5) | 2024.09.08 |